2007년 12월 5일 수요일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에 대하여.



지난 3월, 워렌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가 포스코 지분의 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곧바로 한국 언론은 앞다투어 버핏에 관한 기사를 다루었습니다.

한 투자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버핏의 영향력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워렌 버핏이 2007년 3월 주주에게 보낸 편지와 5월 초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의 내용을 통해서, 그의 최근 투자 성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버핏 투자 전략의 핵심은 한 마디로 "글로벌화"입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코카콜라, P&G, American Express 등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당연히 글로벌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크셔는 미국 기업에만 투자를 했었습니다.

버핏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투자를 한 것은 5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2002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투자를 시작했고, 2003년에 중국 거대 정유사인 PetroChina 지분의 1.3%인 약 23억주를 매입했죠. 그리고 2006년에 포스코 주식을 약 349만주, 지분의 4%를 매입했습니다.

2002년 이전까지 미국 주식과 미국 달러에만 투자를 해오던 버핏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린것은 미국 달러 약세와 무역 불균형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2003년 이후 버핏은 달러화 약세가 도래할 것임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고, 그에 대해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버핏의 편지에 따르면, 버크셔는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 등 13개 외화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버핏도 새로운 투자사업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입니다. 그가 2002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투자를 했을 때는 외국 돈을 직접 거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5년에 직접 거래를 통해 적자를 보았고, 그 이후에 외환 투자전략을 간접투자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즉 외국 돈을 직접 사고 파는 직접 투자에서 외국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의 주식 보유를 늘리는 간접 외환 투자로 전략적 포지션을 바꾸었습니다. 간접 외환 투자로 전략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버핏은 2005년 편지에서도 해외 투자 방식의 변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처음으로 투자한 기업이 한국의 포스코였습니다. 포스코에 투자를 했다는 점은 그가 원화와 한국기업의 가치에 대해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버핏은 "지금까지 단기적 차익을 목표로 기업 종목을 구입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포스코에 대한 투자 역시 철강사업이 7~8년 사이클을 갖는다는 점과 향후에 달러화 약세가 나타날 것임을 감안해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에 대한 장기 투자 의지를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버핏은 상장기업 뿐 아니라 비상장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입니다. 버핏은 2006년 처음으로 외국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절삭기 제조업체 이스카(ISCAR)의 지분 80%를 40억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이스카를 인수하게 된 계기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버핏은 편지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2005년 10월 25일, 버핏은 ISCAR의 Eitan Wertheimer 회장에게서 1장 분량의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버핏은 이 기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SCAR를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ISCAR는 61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가족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고민거리, 즉 경영 승계와 소유권의 문제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우리 경영진은 버크셔가 ISCAR의 이상적인 안식처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ISCAR는 버크셔 사업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성장할 것을 믿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버핏은 흥미를 갖게 되었고, 다음달 바로 경영진을 만나 내부 검토를 한 후에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회사의 6대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째, 대기업, 적어도 세전 이익이 7천5백만 달러 ($75million)이상인 기업, 둘째, 매출 실적이 지속적으로 높은 기업, 셋째, 부채비율이 낮고, 자기자본 수익률이 높은 기업, 넷째, 합리적이고, 솔직하고, 업계의 관행에 도전할 용기가 있는 경영진을 가진 기업, 다섯째, 회사활동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사업을 하는 기업, 여섯째, 적정 판매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입니다. 버핏은 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수준에서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섯 가지 조건에 모두 만족되는 기업의 사주는 언제든지 자신에게 연락을 하면, 5분 내에 인수 여부를 알려 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후계자 역시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최고투자경영자 (Chief Investment Officer, CIO)를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냈습니다. 한 달 만에 전세계에서 600장이 넘는 지원서가 도착했죠. 버핏은 지원자 중 20명을 선발해 최소 지난 10년 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두 명의 후보를 선정할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최종 후보에게 100억 달러($10 billion)를 맡겨 실전 테스트를 한 후 버크셔의 자산 운용을 맡길 계획이라고 합니다. 버핏은 후계자의 선정기준에 대해선 "매년 고수익을 얻지 않더라도 꾸준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금융시장의 숨겨진 위험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버핏이 관리하는 버크셔의 자산 규모는 약 1,200억달러 ($120 billion)입니다. 버핏은 자산 규모가 엄청난 만큼 안정성을 거듭 강조합니다.

자선사업자 선발도 사업 파트너 선정을 하는 것처럼 76세의 버핏은 자신과 버크셔의 미래를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6년 6월엔 여러분도 이미 잘 아시고 계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투자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버크셔 주식의 85%를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을 포함해 5개 재단에 순차적으로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 2위의 부자인 버핏이 1위 빌 게이츠의 사회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1, 2위의 파트너십 구축은 자선 활동 역시 투자 대비 최상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자 지금까지, 오마하의 현인이자,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워렌 버핏의 근황을 살펴봤습니다. 미래를 위해 큰 길목을 짚어가면서도, 현재를 위한 디테일에 소홀하지 않는 투자가의 쉼없는 행보. 버핏의 말과 행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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