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짜리 어린 아이가 목욕탕에 앉아 대야에 발을 담그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아빠에게 갔습니다.
"아빠 내가 물 떠왔어. 이걸로 세수해."
"영호야, 발 담근 물로는 세수하는 건 아냐."
"왜?"
"발 담근 물은 더러우니까 그렇지."
"아빠 그럼 이 물은 더러운 거야?"
"응, 더러운 물이야. 발을 담근 물이니까."
아이는 고개을 끄덕이며 대야에 있던 물을 바닥으로 쏟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는 아빠를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아빠가 너무 이상했습니다.
아빠는 여러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탕 속에 앉아서,
그 물로 얼굴의 땀을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이철환의 <연탄길> 中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행하여지는 모순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이야기이다. 겨우 발을 담근 물이 여러사람이 알몸으로 들어가 있는 대중탕의 물보다 어찌 더럽다는 이야기인가. 잘못된 고정관념은 우리의 시야를 가려서 올바른 판단을 막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주관적 판단 능력 보다는 객관적 판단 능력을 더 개발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확립된 사고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반드시 길이 되는 건 아니다. 버스나 배로는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듯이 우리 마음속에 철로를 깔아 놓으면 달릴 수 있는 건 오직 기차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댓글 1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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